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1970년대는
유난히도 이른바 '세기의 대결'이 많았습니다. 75년, 프로복싱 헤비급의 당대의 철권 조지 포먼은 다섯 명의 선수를 상대로 한, 한 사람당
3회전씩 연이어 경기를 치르는 주먹 자랑을 했죠.
상대 선수들이 경기 초반부터 나가떨어지는 진풍경을 저는 저의 아버지와 어느 이른
새벽에 일어나서 텔레비전 중계로 지켜봤습니다.
희열과 공포와 경외를 동시에 느끼게 했던 그 새벽의 묘한 기억…
그
다음 해인 76년에는 설명이 필요없는 위대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와 일본의 국민영웅인 프로레슬러 안토니오 이노키와의 경기가 벌어졌습니다.
경기는 완전히 예상을 빗나가서 안토니오 이노키는 계속 링 위에 누워서 발길질만 해댔고, 알리는 제대로 주먹 한 번 써보지 못한 채
무승부를 기록했습니다. 완전히 맥빠지는 경기였지요.
조지 포먼을 킨샤사에서 쓰러뜨릴 때의 알리의 스포츠맨으로서의 위대함과, 인종과
종교차별에 반대해 싸운 사회운동가로서의 위대함을 생각해보면… 이노키와의 엽기적인 쇼는 순전히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해서 돈이나 챙기겠다는
것으로밖에 안 보여서 그 알리가 이 알리였던가… 얼핏 이해가 안 가긴 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또다시 그 '세기의 대결'이
벌어졌습니다. 메이웨더와 맥그리거… 복싱과 UFC의 최강자들…
경기는 재미있고 흥미진진했습니다. 치고 빠지고, 시간을 벌기도 하고
뺏기도 하는 고수들의 밀당의 경기…
그리고 경기가 끝나면서 이런 결론에 도달했지요. 아, 이 경기의 변수는 역시 심판이구나… 그는
절묘하게도 한쪽이 마지막에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에 경기를 중단시켰습니다.
무림의 고수들에게 승패를 갈라주긴 했지만, 패자도 완전한
패자가 아닌 것으로 만든 심판의 한 수…
저는 왜 복싱 얘기를 이렇게 길게 하고 있을까요?
바로 지난주에 있었던,
또 하나의 세기의 대결… 아니 세기의 재판을 떠올렸기 때문입니다.
유죄를 인정하되 형량은 최저로…
세기적 복싱대결의
심판과 세기적 재판의 심판은 묘하게도 닮아있었다는 것…
다만 그 두 가지가 서로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재대결이 없고, 하나는
곧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