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1-12 19:29:30
1980년 5월 당시 금남로 사이에 떠 있는 계엄군 헬기. 해태 아이스크림 광고탑이 서 있는 곳이
최근 총탄 흔적이 발견된 전일빌딩이며, 전일빌딩에서 헬기 사격에 따른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 흔적이 무더기로 발견된 바 있다. 나경택(당시 전남매일) 기자사진.
ⓒ5·18기념재단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을 유혈진압했던 계엄군이 당시 헬기를 이용해
광주시민들에 무차별 총격을 가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군은 그동안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헬기를 이용한 총격을 부인해 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전일빌딩(광주 동구 금남로1가)에서 발견된 총탄 흔적에 대해
‘헬기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밀 분석 결과를 내놨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한 5월단체,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15일 전일빌딩 10층(당시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 사업부)에서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기총소사 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자국을 살폈다.
당시 금남로 창가쪽 천정을 비롯해 기둥에 빼곡한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
ⓒ김주형 기자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한 5월단체,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15일 전일빌딩 10층(당시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 사업부)에서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기총소사 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자국을 살폈다.
당시 금남로 창가쪽 천정과 기둥, 바닥 곳곳에서 총탄 흔적이 발견됐다.
ⓒ김주형 기자
12일 광주광역시에 따르면,
국과수는 이날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 크기와 형태, 사격 위치와 방향 등을 분석한
‘전일빌딩 총탄 흔적’ 관련 법안전감정서를 광주시에 보냈다.
이 감정서에 따르면,
국과수는 전일빌딩 외벽에서 5.56 ㎜ 또는 구경 0.3 인치 탄환에 의한 탄흔 35개,
10층 천정 텍스와 기둥, 바닥 등에 탄흔 최소 150개를 식별했다.
또한 발사 위치와 관련해서는 “호버링 상태의 헬기에서 발사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으나
“사용 총기의 종류에 대하여는 판단을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과수는 ‘헬기 사격에 의한 탄흔’이라는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광주시는 “5·18 때 헬기에서 총을 쐈다”는 여러 증인들과 증언 등을 감안해
헬기 사격 총탄 흔적으로 잠정 결론내렸다.
광주시는 전일빌딩이 갖는 역사성, 상징성을 고려해 전일빌딩 내에 추념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일빌딩 보존방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해 5월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관련단체 및 전문가 자문위원회 등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오는 7월까지 보존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윤장현 시장은 “전일빌딩 총탄 흔적이 헬기에서의 사격으로 유력하게 추정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만큼
정부는 서둘러 5·18 진상을 완벽하게 규명하고, 특히 당사자들은 역사 앞에 양심적으로 고백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전일빌딩을 역사성과 안전성, 원형복원의 원칙을 갖고 모두가 기억해야 할 5·18유적으로 보존하고
오월의 역사를 온전히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측은 옛 전남도청 원형 복원 문제와 관련한
범시민대책위원회 농성에 성의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을 비롯한 5월단체, 시민사회 관계자들은 지난해 12월15일 전일빌딩 10층(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 사업부)에서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기총소사 한 것으로 추정되는 총탄 흔적을 살피고 있다.
ⓒ김주형 기자
전일빌딩은 5·18 당시 금남로와 시민군 최후항쟁지였던 옛전남도청 사이에 자리한 요충지였으며,
당시 광주시민들이 계엄군 무차별 발포를 피했던 장소였다.
옛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사옥으로 탄흔이 발견된 10층은 전일방송 영상 데이터베이스(DB) 사업부가 사용하던 곳이다.
10층 건물인 전일빌딩은 당시 금남로 일대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일대에서는 전일빌딩 10층을 향해
아래로 비스듬히 총격을 가할만한 지점은 인근에 없었다.
하지만 정부와 군 당국은 그동안 “헬기 사격을 뒷받침할 직접 증거가 없다”며 헬기 사격 자체를 부인해왔다.
당시 군 항공일지 등에는 헬기 등에 대한 자료가 없어 입증이 힘든 상태다.
하지만 당시 헬기와 헬기 사격을 목격한 증언이 다수 존재하고 있고,
당시 5·18을 취재한 나경택(당시 전남매일) 기자, 이창성(당시 중앙지) 기자 등이
헬기가 금남로 상공을 날고 있는 사진을 내놓고 있어 증거능력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광주시는 지난해 8월24일 국과수에 총탄 흔적 조사를 요청했고,
이에 국과수는 지난해 9월부터 세 차례(1차 9월22일, 2차 11월15~16일, 3차 12월13~14일)에 걸쳐
전일빌딩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해 건물 전면 외벽 7, 8, 9, 10층에서 각각 탄흔을 발견했고,
10층 내부 기둥, 천장, 바닥 등에서 130여 개의 총탄 흔적을 발견했다.
3차례 모두 현장감식에 나섰던 김동환 국과수 총기연구실장은 탄흔 각도가 수평에 가깝고
당시 전일빌딩 주위로 고층 건물이 없었다는 점을 근거로 헬기 사격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김 실장은 “탄흔이 만들어진 방향을 보면 옛 전남도청 쪽에서 금남로 방향으로 돌면서 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주변 지형을 볼 때 전일빌딩 10층보다 높은 곳이 당시 없는 것으로 보아
헬기에서 사격한 것이 가장 유력하다”고 말했다.
탄흔 크기는 헬기에 장착된 기관총 난사(기총소사) 보다는 M16 소총을 이용한 사격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전일빌딩은 1968년 광주 금남로에 준공된 이후 5·18 민주화운동과 6월 항쟁 등 광주의 민주함성을 지켜본 역사의 현장이다.
7층 건물로 준공돼 5·18 전 3차례 증축, 5·18 뒤 한 차례 증축하는 등 모두 4차례 증·개축을 거쳐 현재 10층 규모를 갖췄다.
2011년 경매에 나온 전일빌딩을 광주시 요청으로 광주도시공사가 138억원에 매입했다.
이후 건물 안전진단 용역 결과 붕괴위험등급(F등급)을 받아 현재 세입자를 내보내는 등 이용을 제한하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는 지난해 11월15일 전일빌딩에서 5·18 당시 계엄군 총탄 흔적을 조사하고 있다.
국과수는 크레인을 이용해 건물 외벽에서 총탄 흔적을 찾고 있다.
ⓒ김주형 기자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12일 광주광역시에 전달한 ‘전일빌딩 총탄 흔적’ 관련 법안전감정서.ⓒ민중의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