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룸의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2015년의 겨울.
한 20대 가장이 임신한 아내에게 줄 크림빵을 사서 귀가하다가
뺑소니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이 있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을 접한 사람들은 마치 내 일인 양 함께 범인을 찾기 시작했지요. 두려움을 느꼈을 법한 범인은 결국 경찰에 자수했습니다.
이것은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어 이뤄낸 지극히 선한 결과물이었습니다.
흔히 악플러로 상징되고는 했던 인터넷 문화는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이 사건을 통해 웅변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지난주 있었던 청문회. 심증은 충만했지만 물증은 부족했던 자리.
시종일관 '모르쇠'로 일관하던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들었던 것 역시
한 인터넷 동호회가 찾아낸 증거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법률 미꾸라지라 불린다는 그 사람.
소년 등과한 엘리트이고 법을 누구보다도 잘 이용해,
법적으로 떳떳하게 청문회 출석을 피했다던 전직 민정수석.
분노한 시민들은 현상금을 내걸고, 추적을 하고, 압박을 가했습니다.
그래서였을까?
결국 논란의 인물은 다음주 청문회 출석을 예고했더군요.
어찌 보면 이 모두는 선택받은 1%가 아닌 99%의 평범한 시민들이
이뤄낸 일들이었습니다.
합리적이고, 공공의 이익을 보호하고,
옳고 그름을 상식의 차원에서 가려내는 집단지성.
아무리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우겨도,
그런 건 봉건시대에나 가능하다고 항변해도, '후안무치'와 '배신의 정치'를
운위하며 서로를 향해 '나가라'를 일갈해도,
그리고 이제 좀 잊으라고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강요해도.
바꿀 수도, 왜곡할 수도 없는 한없이 초라하고 부끄러운 오늘을
시민들의 집단지성은 또다시 기억하고 기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과 기록은 한 페이지 당 최대 243만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연구료가 지불됐다는,
그래서 일부에서는 집필의뢰가 아니라 차라리 매수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국정교과서의 획일적 기록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우리는 믿습니다.
무엇보다도 시민들이 발휘하고 있는 집단지성의 혼은 비정상이 아니기에….
오늘(13일)의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