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 2016-11-07 19:31:22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2차 범국민행동’ 참가자들이 촛불을 밝히고 종로쪽으로 행진을 하고 있다.ⓒ김철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의 무리한 집회·시위 관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거리행진 금지 통고, 경찰 차벽 설치가 집회 참가자들을 자극해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오는 12일 열릴 민중총궐기에서 불법 행위가 감지, 발생할 경우
차벽 설치와 물대포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 밝혀 경찰과 시위대간 출동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의 행진 금지 통고, 차벽 설치 ‘무리수’
“집회참가자 흥분시켜 불법행위 유발”
경찰은 지난 5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거리행진을 금지 통고했다.
행진 경로인 세종로가 집시법에 규정된 ‘주요 도로’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이같은 결정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경찰 처분으로 이 집회가 금지될 경우 불법집회로 보여서
여기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집회·시위와 관련해 경찰이 금지 통고를 하고 법원이 제동을 걸었던 상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경찰은 “불법·폭력시위가 우려된다"며 작년 12월5일에 열릴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해 금지 통고를 했지만,
법원이 이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집회가 진행된 바 있다.
작년 12월에는 거리 행진 참가 인원이 300명 미만이라는 이유로
신고된 행진을 현장에서 막아 경찰의 임의적 집회 관리가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민중총궐기가 열린 작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 광장 앞을 경찰이 버스를 이용해 차벽을 설치하며 청와대로 향하는 모든 길을 막아서고 있다.ⓒ정의철 기자
경찰의 무리한 차벽 설치도 문제가 돼 왔다.
경찰은 집회 관리 등을 이유로 청와대로 향하는 길목에 차벽을 설치했고,
이는 집회참가자들 흥분시켜 불법행위를 유발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작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은 집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광화문 일대 곳곳에 차벽을 설치했고,
이를 뚫고 광화문 광장을 향해 행진하려는 시위대들과 강한 충돌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버스 수십대가 파손됐고,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망하는 등 피해가 있었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주말 집회 과정에서도
북 인사마당으로 행진하려는 시민들을 저지하기 위해 경찰이 조계사 인근에 차벽을 설치했다.
이에 시민들은 광화문과 종로 일대로 행진 방향을 선회했고, 도심 교통이 마비되는 상황도 있었다.
경찰이 북 인사마당까지 행진을 허가하고 일대에서 참가자들을 통제했다면
당시 자정까지 이어진 광화문 일대의 교통마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와대 앞 행진하겠다”는 주최 측 vs “불법 엄단하겠다”는 경찰
12일 민중총궐기 충돌 우려
경찰은 오는 12일 열릴 민중총궐기에서도 도심 교통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행진 금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7일 출입기자간담회를 통해
“민중총궐기에서 불법이 발생할 경우 최후대책으로 살수차를 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경찰은 많은 수의 시위대가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는 것을 막기위해
경복궁 일대를 기준으로 차벽을 설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준법 집회는 충분히 보장하고,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관리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면서
“민주노총이 청와대까지 행진을 하겠다는 상황에서 총궐기가 불법 집회로 변질된다면
행진 금지는 물론 경찰 차벽과 물대포 사용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민중총궐기가 열린 14일 저녁 서울 중구 광화문 사거리 앞에서 광화문 광장으로 행진하는 시민들이 경찰의 차벽에 막히자 최루물대포를 맞으며 경찰 차벽을 끌어내고 있다.ⓒ정의철 기자
하지만 민주노총은 12일 민중총궐기 이후 “청운동주민센터까지 행진하기 위해 집회 신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노총은 “현행 집시법은 청와대 100m 이내를 집회 금지구역으로 설정할 뿐
청운주민센터 앞까지 행진을 금지할 법적 근거와 이유가 없다”면서
“경찰이 이번 행진에 대해 또다시 금지 통고를 할 경우 법적 대응은 물론
더 큰 충돌을 일으키려는 정권과 경찰의 의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같이 입장이 대치되는 상황에서 경찰이 무리하게 행진 금지 통고를 하고,
차벽을 설치한다면 경찰과 시위대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12일 오후 서울시청광장에서 ‘2016 민중총궐기’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100만 시민의 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고,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날 장외투쟁을 예고해 ‘정권 퇴진’을 향한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집회·시위가 연일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찰의 집회 관리 및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