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내 더위 사가시오~" 정월대보름날 아침에 행하는 이른바
'더위팔기' 풍속입니다.
한겨울,
추위가 절정이었을 정월대보름부터 여름철 무더위를 미리 팔아치운 걸 보면
조상들이 겪었던 여름 역시 가혹했던 모양입니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을 그 시절 다산 정약용 선생이 '소서팔사'에서
소개한 여덟 가지 더위 이기는 방법을 간략하게 보자면요.
솔밭에서 활쏘기, 느티나무 아래에서 그네타기, 대자리 깔고 바둑 두기,
숲속에서 매미소리 듣기.
어떠신지요?
다산 선생께는 좀 송구하지만…
이건 팔자 좋고 시간 많은 양반님들의 신선놀음이고,
일과 시간에 쫓기는 지친 사람들에겐
멀고 먼 안드로메다 얘기처럼 들리기도 하는군요.
차라리 이게 더 현실적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선 선조시절 '계암일록'에 등장하는 일화입니다.
한 노비가 너무나 더운 나머지 시장통에서 남의 얼음 한 조각을 입에 넣었다가 얼음주인댁 노비와 싸움이 붙었습니다.
얼마나 더우면 그랬을까…
다툼 끝에 노비는 옥에 갇혔고 사나운 매를 스물 한 대나 맞았다는 얘기입니다.
얼음 도둑…
더위를 참지 못해 가정용 에어컨을 켰던 우리들 역시
얼음도둑으로 몰린 그 노비와 같은 신세가 된 것은 혹시 아닐까.
사나운 곤장 대신 돌아올 것은 전기요금 폭탄이고 말입니다.
"누진제 완화하면 부자감세가 될 수 있다",
"합리적으로 사용하면 요금폭탄 아니다"
어제(9일) 댓글에서도 소개해드렸지만
이 정부에서 부자감세 걱정하는 것도 반어법으로 말하면
신선하기까지 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합리적'이 되는 건지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떠오르지 않고…
그래서 전기료 얘기가 나오면
정부가 예를 자주 드는 미국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이제 뭐 오래된 얘기이긴 합니다만…
제가 예전에 머물렀던 주에서는 매년 초봄이 되면 전력당국이
소비자들의 신청을 받아 극빈층의 경우는
여름 내내 전기료의 상한선을 두었습니다.
한 달 30달러 정도면 여름 내내 에어컨 전기값, 걱정하지 않아도 됐지요.
우리 조상들은 정월 대보름 때부터 사갈 사람도 없는 더위를 팔았지만
그 나라 정부는 초봄부터 어려운 사람들이 겪을 더위를
실제로 미리 사갔다는 얘기…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