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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브리핑] 달걀은 왜 깨는가?…방법 아닌 목적이 문제

또바기1957 2016. 5. 24. 15:19

[앵커브리핑] 달걀은 왜 깨는가?…방법 아닌 목적이 문제
영상뉴스입니다.영상뉴스입니다.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달걀을 뾰족한 쪽으로 깨뜨리느니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다는 사람이 1만 1000명에 이르렀다"

여기 달걀 하나 때문에 3년째 전쟁 중인 나라가 있습니다.

조너선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 릴리퍼트의 이야기입니다.

전쟁의 원인은 매우 단순했습니다. 달걀을 어느 쪽으로 깰 것인가?

국왕의 할아버지가 어린 시절,

달걀의 크고 둥근 쪽으로 구멍을 내려다가 손을 다치게 되자,

달걀을 깰 때는 작고 뾰족한 쪽으로만 깨라는 칙령이 내려졌고,

그 이후 달걀은 크고 둥근 쪽으로 깨야 한다는 빅 엔디언, (Big-Endian)

즉 큰 모서리파와 작고 뾰족한 쪽으로 깨야 한다는 스몰 엔디언, (Small-Endian) 즉 작은 모서리파 이렇게 나뉘어서 각자 '달걀 깨는 방법'을 가지고

지겨운 싸움을 이어갔습니다.

정작 달걀을 '왜' 깨야 하는지는 잊은 채 말입니다.

1726년의 조나단 스위프트가 풍자했던 정치권력의 어리석음이었습니다.

"패거리집단. 양아치. 내부 총질자. 자폭테러"

지난 며칠간 여당에서 들려온 극심한 파열음입니다.

총선 참패 이후 40일을 넘겼지만 또다시 되풀이되고 있는

그 격렬하고도 식상한 싸움.

"언론도 친박·비박 표현 쓰지 말아달라."

그 단어… 없애버리겠다고 공언했지만

그동안 본인들이 정략적으로 사용해 오기도 했고,

그래서 공공연하게 통용되기도 했던 그 단어에 대해서마저

대놓고 남 탓을 하고 있는 사이,

그 역시 '낀박'이라는 신조어의 대상이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돼버렸습니다.

다시 한 번 되풀이하자면 중요한 것은 달걀을 깨는 '방법'이 아니라

달걀을 '왜' 깨야 하는지가 아니었던가.

사실은 처음부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큰 모서리파'와 '작은 모서리파'가 생겨났고,

결국 두 모서리파는 영원히 화해할 수 없었다는 걸리버 여행기.

이 역시 현실을 직설한 잔혹동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혹시 생각이 안 나시는 분들을 위해 전해드리자면

이미 걸리버 여행기 속 소인국 릴리퍼트의 성서에는

"진정한 믿음을 가진 자는 달걀의 편리한 방향의 끝부분을 깨도록 하라"

이렇게 쓰여 있었다고 하는군요.

방법이 문제가 아니라 목적이 문제라는 소인국 성서의 가르침,

아, 물론 목적이 다르긴 해도 이 가르침을

이미 그로부터도 230여 년 전에 실천한 것은 콜럼버스였지만 말입니다.

http://news.jtbc.joins.com/html/754/NB11238754.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