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근담후집 -
[111장/잎이 지면 뿌리에서 싹이 돋는다.]
草木재零落, 便露萌穎於根저.
초목재영락, 변로맹영어근저.
時序雖凝寒, 終回陽氣於飛灰.
시서수응한, 종회양기어비회.
肅殺之中, 生生之意常爲之主, 卽是可以見天地之心.
숙살지중, 생생지의상위지주, 즉시가이견천지지심.
초목은 시들어 떨어지면
곧 다시 뿌리 밑에 새싹이 트고,
계절은 비록 얼어붙는 추위라 해도
마침내 날아오는 재 속에 봄기운이 돌아온다.
만물을 죽이는 기운 가운데도 자라나게 하는 뜻이 늘 주가 되니,
가히 그로써 천지의 마음을 볼 수 있느니라.
가을철의 낙엽진 나목과 엄동설한의 혹한은
삼라만상을 고요속에 몰아넣어
마치 죽은 듯 생성을 중단시킨다.
그러나 이것은
새 생명의 잉태를 뜻하는 것이지 결코 죽음이 아니다.
인간도 자신의 아집과 정욕을 억제함으로써
마치 죽은 사람인 듯 조용히 지낼 때
그것은 죽음이 아니요 새로운 나의 잉태와 탄생을 의미한다.
내 속사람이 죽고 다시 새사람으로 거듭난다는 것은
인격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이며 그것이 대자연의 섭리인데
우리들은 좀처럼 내 아집과 정욕을 버리지 못하는데서
대자연의 섭리를 거역하는 것이며 그것이 불행의 시작이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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