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대야 오래 산다](19)/˚♡。--낚시이야기

낚시가 무엇인고하니..

또바기1957 2013. 5. 7. 13:11

낚시를 취미로 하고 있다고 하면 바로 이렇게 대답하는 사람이 참 많다.

 

"저도 낚시 해봤어요. 찌를 띄워놓고 지켜보면서

사색에 잠길 수도 있고, 참 좋은 취미죠."

 

더 설명하고 싶은 상대라면 거기서 더 얘기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그냥 맞장구만 치고만다.

 

그러나, 낚시의 즐거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낚시는 원래 수렵,어로에 기원을 둔다.

인간은 항상 물이 있어야 살 수 있고, 그 물에는 언제나 물고기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물고기 말고도 소라, 조개, 뭐 다양한 형태의 먹거리들이 있긴하지만,

날쌘 자세로 물을 가르고 헤엄쳐 다니는 물고기를 잡는 다는 것은 여러가지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민물에서도 그럴진대, 바다에서야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민물보다 훨씬 더 크고 다양한 어종이 살고 있는 곳이 또 바다다.

 

그런 물고기들을 잡아서 먹기 위한 목적이었다면, 단연 최고의 도구는 그물이다.

고기들이 다니는 길목에 쳐놓고 고기들이 와서 걸리게 한 뒤 걷어내기만 하면 되는 그물은

그 효율에 있어서 다른 도구들을 압도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구차하게 낚시질을 할까?

 

어로의 입장에서 본다면 낚시만큼 비효율적인 도구도 없기 마련이다.

준비도 복잡하고 미끼도 마련해야 하며,

또 고기가 와서 물어줄 때까지 잔뜩 긴장하고 기다려야 한다.

구석기시대 때야 뭐 던지면 물리긴 했겠지만

그래도 그물로 퍼담는 것에 비하면 어림도 없는 성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물질은 어로작업으로 남고,

낚시는 인류에게 취미생활, 여가활동, 심지어 프로 스포츠로 계승되고 있다.

이게 바로 낚시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는 증거가 된다.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낚시 인구의 70% 이상(몇년전만 해도 90% 이상이었다고 한다.)이

즐기는 낚시의 형태는 민물 붕어낚시다.

길다란 장대에 낚시줄을 매고, 그 끝에 바늘과 추를 묶는다.

그리고 수심에 맞춘 찌를 줄에 달아서 바늘에 달린 미끼를

붕어들이 건드리는 상황을 눈으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채비가 기본이 된다.

 

이 채비를 물에 가라앉혀 놓고 붕어가 와서 물기를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낸다.

그러다가 막상 붕어가 와서 미끼를 건드려 찌가 위아래로 움직이면 잔뜩 긴장하다가,

어느 순간 붕어가 미끼를 입속으로 빨아 들인 다음

삼키기 위해 몸땡이를 위로 올리는 순간 찌는 위로 솟구치고,

그 순간 낚시대를 빠르게 들어 "챔질"을 시도한다.

 

성공하면 붕어의 입에 바늘이 꽂히게 되는것이고,

기나긴 기다림 끝에 붕어 "한마리"를 잡게 된다.

 

그 붕어라는 어종은 성장도 느려서 소위 말하는 월척,

대략 30센티급 이상이 되려면 10년 가까이 걸린다.

 

물론 생장환경에 따라 그 시간은 조금씩 다르다.

잉어같은 경우는 2-3년이면 충분히 월척급으로 자라난다.

 

낚시꾼들은 그래서 붕어 월척만이 진정한 월척이고,

잉어는 월척이 아니라고 얘기하기도 한다.

 

즉, 붕어낚시는 매우 정적인 낚시라는 것이다.

짐을 잔뜩 지고 가서, 한자리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밤이고 낮이고 기다리는 것이다.

거기다가 붕어는 초식어종이라서 매우 겁이 많고 온순한 성질이 있다.

그러니 낚시꾼은 최대한 정숙을 유지해야 한다.

이거 쉬운 일이 아니다.

 

웃고 떠들면서 술먹고 고기 궈먹고 하는 낚시꾼들이 조과가 없을 뿐더러,

주변의 낚시꾼들에게 눈총을 사는 것은 이래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봐도 이런 정적이고 소극적인 낚시는 재미가 없다.

물론 노지에 강변이나 저수지 아무곳이나 낚시를 드리워도 살림망 한가득 붕어가 잡히던 시절이 지나,

이제는 하루에 몇만원씩 하는 입어료를 내야 하는 유료 낚시터 아니면

제대로 된 붕어를 구경하기도 힘든 시절이 된 이유도 있다.

 

거기다가.. 좀더 큰 어종들과 좀더 박진감 넘치는 파이팅을 즐기는 바다낚시의 영향도 있다.

어른 한팔길이가 넘는 삼치나 어린아이 만한 부시리등과 싸우는 낚시는

진짜 고기의 요동에 따라 온 몸이 흔들릴 정도의 전율을 느끼게 해 주기도 한다.

그런 낚시를 하다가 겨우 십오센티 손바닥만한 붕어 한마리 잡자고

온밤을 지새워야 되는 붕어낚시를 다시 하기는 좀 힘들다.

나이가 육칠십 넘어 거동하기도 어려워 지는 나이가 되면 또 모르겠다.

 

그런 면에서,

민물에서 즐기는 낚시 중에서는 배스나 가물치를 상대하는 루어 낚시가

나름대로 훌륭한 재미를 준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일단 배스는 매우 공격적인 육식어종이다.

붕어와 달리 생장속도가 빠르고,

육식어종 답게 헤엄치는 힘이 강해서 바늘에 걸렸을 때, 파이팅의 재미를 준다.

그런 배스를 잡기 위해, 떡밥이나 지렁이 등의생미끼가 아니라

고무나 각종 자재를 이용한 가짜 미끼를 사용하는 낚시가 루어 낚시가 된다.

 

거기다가, 이 루어 낚시는 최대한 간편한 차림으로 장비를 다 몸에 지니고,

계속 이동하면서 하게 된는 낚시 쟝르이다.

 

육식어종 답게 배스가 매복해 있는 곳을 찾아내어 몇번 유혹을 해 보고,

한 자리에서 몇마리를 잡아내거나 원래 그 자리에 배스가 없음이 확인되면

또 다른자리로 옮기는 식으로,

맹수의 은신처를 찾아 다니는 사냥꾼 같이 이동하면서 해야 하는 낚시라는 얘기다.

 

그러니 매우 적극적이 된다.

고기가 와서 물어주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고기가 있을 법한 곳으로 내가 쫓아가서 고기의 코앞에 미끼를 흔들며 물기를 유도한다는 뜻이다.

 

물가에서 닿을 수 없는 곳에 가기 위해선 바지장화를 입고 가슴까지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그것도 부족하면 아예 보트를 이용해서 쫓아간다.

물 가장자리가 아닌, 저수지 한가운데의 물골을 음파탐지기를 이용해서 지형을 검색해가며 뒤지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어군 탐지기능을 이용해서 몰려 있는 배스들을 찾아 내기도 한다.

 

그렇데 사냥감을 찾아 다니는 것이 일차적인 즐거움이다.

 

그리고 저기 저 앞에 있는 포인트에 배스라는 놈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그 때의 자연 환경상, 비가 오는지 여부, 기온, 수온, 바람의 강도, 물의 색, 최근의 기후 변화등을 고려하여,

이 배스라는 놈이 제일 좋아할 만한 색상에 좋아할 만한 움직임을 보이는 미끼를 골라 던져 넣는 것이다.

 

참고로 배스는 어류답게 색맹이라고 한다.

그러나 색상의 차이는 분명히 명도의 차이로 느낄 수 있는 어종이다.

즉, 울긋 불긋한 가짜미끼들의 화려한 색상은 낚시꾼을 꼬시기 위한 것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렇게 던져넣은 미끼에 배스는 분명히 반응을 한다.

퐁당 소리에 놀라 시선을 고정시키고,

과연 저것이 내가 먹을 만한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한다.

 

그 미끼가 또 물에 들어오자마자 가만히 있으면 배스의 관심을 잃게 된다.

적절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거나, 아니면 병든 물고기처럼 불규칙적으로 파닥거리거나,

아니면 물속으로 스며든 햇살을 반사해서 반짝거려야 한다.

 

배스가 무척이나 배가 고픈 상태라면 망설일 여지도 없이 순간적으로 덤벼서 미끼를 채가게 된다.

이럴 때는 낚시꾼에게는 누가 팔을 강하게 탁 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심장 박동수가 급 상승하게 되고,

강하게 챔질을 해서 붕어용 바늘과 비교도 안되게 굵고 강한 바늘을 배스의 입에 꽂아 넣게 되고,

배스와 엎치락 뒤치락 줄다리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배스도 심사숙고를 한다.

살그머니 다가와서 미끼를 몇차례 툭툭 건드려 보기도 하고,

입에 살짝 물었다가 뱉어 내기도 한다.

이럴 때 낚시꾼의 손에는 아주 약간 톡톡거리는 신호가 오게 된다.

이럴 때, 낚시꾼은 극도로 긴장을 해서 줄을 살살 늦춰 주며

"먹어봐~ 먹어봐~" 하는 느낌으로 유혹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배스가 좀 깊게 미끼를 빨아 들였다 싶은 순간,

강하게 챔질을 해서 걸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순간이 배스 루어낚시의 최고 정점이 된다.

솔직히 말해서 거의 사정에 버금가는 쾌감을 얻을 수 있다.

내가 추정한 포인트에 내가 고른 미끼를 던져 넣어 내가 기대한 어신이 오면서,

내가 정한 순간에 챔질을 통해 히트를 시키는 순간, 이게 바로 낚시의 묘미가 된다.

그 순간 나는 물고기의 생사여탈권을 장악하게 되고,

온전히 지배하게 되는 권력의 느낌을 느낄 수 있게 된다.

 

물론 이렇게 걸었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인해 낚시줄을 빨랫줄 같이 굵은 것을 쓸 수는 없다.

언제나 무리하게 고기를 끌어 당기게 되면 줄이 끊어져 나가거나

탄소강으로 된 바늘이 부러져 버릴 수도 있다.

 

낚시대의 탄력과 릴의 마찰력을 적절히 이용해 가며,

고기가 힘을 쓸 때에는 좀 풀어주고(내가 안 풀어줘도,

어느정도 힘이 걸리면 줄이 풀려 나가도록 릴이 설정되어 있다.

보통 그것을 드랙을 조절한다고 얘기한다.) 고기가 힘이 빠지면 감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끌려오던 배스는 특유의 힘을 자랑하며, 물위로 튀어오르곤 한다.

튀어 오르는 것을 점핑, 물위에서 꼬리로 물을 차며 걷는 것처럼 움직이는 것을 테일 워킹이라고도 하며,

그렇게 튀어 올라 머리를 좌우로 마구 흔들때 바늘이 빠져 버리는 수가 많아서 보통 바늘털이 라고도 부른다.

40센티가 넘어가는 육중한 배스가 물위로 튀어 올라 물보라를 흩날리는 장면은

주변의 사람들의 신음과 탄성을 자아내는 장관이다.

 

특히 남이 잡은 배스가 바늘털이 하는 장면처럼 배아픈 광경도 없다.

당연히 주변의 모두는 빠져라~ 빠져라~ 바늘아 제발 빠져라~ 를 연호하게 된다.

물론 마음 속으로.

 

내가 잡은 배스가 바늘털이 하는 장면처럼 전율을 불러 일으키는 광경도 없다.

속으로 빠지면 어쩌나~ 빠지면 어쩌나~ 를 연호하게 된다.

(이게 인간이지 뭐.)

 

그렇게 잡아 올린 배스의 큼직한 아래턱을 손에 쥐어 올리면

마치 세상을 다 가진듯한 만족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그리고 사진 찍고.. 놓아주고..

 

다시 새로운 배스를 찾아가게 된다.

 

이게 낚시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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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앉아서 물위로 한마디 솟아오른 찌를 지긋이 바라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다.

배를 타고 나아가서 거친 파도와 싸우면서 거대한 부시리를 걸고

온 힘을 다해 싸움을 벌이는 즐거움도 즐거움이다.

 

그러나 정교한 선택과 캐스팅으로 배스를 유혹하며,

긴장감에 휩싸여 어신을 받고,

순간적인 챔질로 낚아내는 루어낚시의 즐거움은

그 양쪽의 즐거움을 반반씩 섞은 듯한 버라이어티한 즐거움이 된다.

 

가뜩이나 우리의 내수면은 어지럽혀지고 있다.

이런 즐거움 조차도 조만간 빼앗길듯 하여 무척 걱정이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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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파심에서 붙이는 추가적인 설명.

 

배스는 흔히 우리의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외래어종으로 지탄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역사를 따져보면, 또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내막을 살펴보면,

그런 지탄이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를 깨닫게 된다.

 

대표적인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우리 내수면에 퍼지기 이전에

이미 우리의 고유어종의 상당수는 자취를 감춰 버린 상황이었다.

 

단적으로 얘기해서, 그 흔한 붕어 조차도, 이제는 토종붕어는 찾아보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현재 내수면에서 잡히는 붕어와 잉어는 배스나 블루길보다도 훨씬 뒤에 수입된 외래어종들이다.

 

흔히 떡붕어라 불리우는 어종은 우리 토종 붕어와 확실한 경쟁어종이 된다.

떡붕어가 퍼진 저수지에서는 토종붕어의 멸종은 시간문제가 된다.

잉어 역시 우리 내수면의 잉어들은 대부분 양식 목적으로 들여온 외래어종이다.

전통 어종은 그렇게 사라져 가고 있는 것이다.

 

또, 배스나 블루길 같은 육식어종이 퍼지는 것이 문제라고 본다면,

우리 전통의 쏘가리와 가물치 같은 육식어종들은 왜 사라졌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쏘가리는 하천 상류의 계류에 주로 서식하는 맑은 물을 필요로 하는 어종이다.

 

이들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는, 댐이 건설되고 하천이 오염된 탓이다.

쉽게 말해 우리가 죽인 것이다.

가물치 역시 마찬가지다.

수초가 많은 늪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가물치 역시

하수에 의한 수질오염과 남획(가물치는 약으로 쓰인다. 특히 임산부에게 좋다고 한다.)의

결과로 멸종위기에 돌입한지 오래이다.

 

배스와 블루길은 60년대 후반부터 박정희가 결정하고 육영재단이 주도해서 수입한 어종이다.

그러던 중 양식중이던 배스가 자연 저수지로 방류되기 시작하고 빠른 속도로 전국으로 번져나간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한 50년 앞서 배스를 도입했다.

 

이미 전국적으로 내수면에 번져 버린 배스나 블루길은 인위적으로 멸절 시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배스를 외래어종, 유해어종을 분류한다고 해서 뭘 어쩔 도리가 없다.

 

최초 도입시부터 퍼져나가는 시점까지 배스는 매우 급격한 속도로 개체수의 증가를 보였다.

아마 물속에 천적이 없고, 먹이고기가 많은 천혜의 환경 덕분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도 이제, 배스나 블루길의 숫자가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상태로 전이되고 있다.

생태계란 그런 것이다.

 

새로운 강자가 등장하면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다시 먹이의 부족으로 인해 감소하게 되고,

결국 어느 선에서 평형을 이루게 된다는 뜻이다.

 

이 과정에서 불행하게도 멸종되는 고유 어종이 존재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그 멸종의 양은 아마 수질오염에 의한 멸종의 양보다 현저히 적을 것이다.

 

그런 배스를 퇴치한답시고,

행사를 벌이는 지자체들은 사실상 배스의 위해 보다는

전시성 행사를 개최하여 실적을 쌓으려는 목적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런 행사로 배스가 퇴치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의 생물학 지식을 의심해 봐야 할 것이다.

 

그러니, 내가 잡은 배스,

내가 그 자리에서 놔준다고 뭐라 하지 말자.

난 붕어 낚시 할 때에도 잡은고기 바로바로 놔주기만 했다.

바닷고기도 먹을 만큼 잡히면 그 이상은 놔주는 사람이다....

사실 놔줄 만큼 많이 잡아본 적은 좀 드물다. ㅎㅎㅎ

 

내가 잡은 고기는 내가 먹거나, 아니면 놔준다. 이게 내 원칙이다.

 

배스 퇴치한답시고 물가 풀밭에 버려서

썩어가면서 냄새 풍기고 파리 꼬이게 만드는 짓은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꽤 있어서 하는 얘기다.

정 죽이고 싶으면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담아 지정된 곳에 버려야 한다.

 

아라찌?

피이에수우

 

돌아오는 주말 밤낚시 지난번 거기(?) 또 겨들어간다.

이번엔 2박3일이다.

매점에 방 한칸 찜 해두었다.

(단,비 내리면 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