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15)]/˚♡。─-명곡가곡

한계령 (寒溪嶺) 정덕수 시, 하덕규 작곡,

또바기1957 2010. 10. 18. 22:58

           한계령 (寒溪嶺)

      정덕수 시, 하덕규 작곡,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 / 신영옥


     
    한계령 / 양희은

     

              ( 새벽, 설악 공룡능선 )

                                                                                                       


    한계령은 작곡자 하덕규가 고뇌가 극에 달해 자살의 유혹을 느낀 상황에서

    설악산 한계령에 올라 만들어낸 곡으로 알려 져 있습니다.

    원작 시는 더  가슴 절절하지요.

    정덕수 시인의 시를 읽다가 가슴이 울컥했던 날이 있었더랍니다.

     

        한계령에서 1 (이 곡의 원작)  

                                                          정덕수

     

    온종일 서북주릉(西北紬綾)을 헤매며 걸어왔다.

    안개구름에 길을 잃고 안개구름에 흠씬 젖어

    오늘 하루가 아니라 내 일생 고스란히

    천지창조 전의 혼돈 혼돈 중에 헤메일지.

    삼만 육천오백 날을 딛고 완숙한 늙음을 맞이하였을 때

    절망과 체념 사이에 희망이 존재한다면

    담배 연기 빛 푸른 별은 돋을까  

     

    저 산은,

    추억이 아파 우는 내게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하고

    발아래 상처 아린 옛 이야기로

    눈물 젖은 계곡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구름인 양 떠도는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홀로 늙으시는 아버지

    지친 한숨 빗물 되어

    빈 가슴을 쓸어내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온종일 헤매던 중에

    가시덤불에 찢겼나 보다

    팔목과 다리에서는 피가 흘러

    빗물 젖은 옷자락에

    피나무 잎새 번진 불길처럼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愛憎)의 꽃으로 핀다

    찬 빗속

    꽁초처럼 비틀어진 풀포기 사이 하얀 구절초

    열 한 살 작은 아이가

    무서움에 도망치듯 총총이 걸어가던

    굽이 많은 길

    아스라한 추억 부수며

    관광버스가 지나친다.  

     

    저 산은

    젖은 담배 태우는 내게

    내려가라

    이제는 내려가라 하고

    서북주릉 휘몰아온 바람

    함성 되어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