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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찰이 남몰래 '112' 거나 했더니…

또바기1957 2010. 6. 28. 10:29

왜 경찰이 남몰래 '112' 거나 했더니…

노컷뉴스 | 박종관 | 입력 2010.06.28 06:03

 

[CBS사회부 박종관·조혜령·김수영 기자]

서울 양천경찰서 소속 형사들의 피의자 고문 의혹이 불거진 주요 배경으로 지나치게 실적을 강조하는

'성과 만능주의'가 꼽히고 있다. 일부 경찰관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112에 '허위 신고'를 하거나,

단순 범죄를 '강력 범죄'로 만들기 위해 무리한 수사를 동반하는 등 그 폐해가 두드러지고 있는 것.

◈ 31개署 그룹 나눠 실적 평가…자연스레 경쟁 이어져

조현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연초 취임하자마자 성과주의를 내세우면서,

서울 시내 31개 경찰서를 치안 수요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강남 송파 동대문 등 치안 수요가 많은 지역을 관할하는 10곳의 경찰서는 A그룹,

동작 수서 양천 등 14개서는 B그룹, 혜화 남대문 등 7개서는 C그룹으로 분류됐다.

치안 수요에 대한 고려 없이 실적 순으로 31개 경찰서를 평가하던 기존의 방식을 개선,

같은 그룹 안에서 순위를 매기도록 한 것이다.

조 청장은 당시 취임사를 통해

"조직 전반에 성과주의를 도입해 근무 분위기를 쇄신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정착시킬 것"이라며

"성과가 인사와 포상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공정한 인사문화를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각 경찰서에는 매월 총 범죄건수와 5대 범죄건수, 112신고건수 등의 실적을 종합한

성적이 매겨지게 됐다.

◈동료 경찰, 이웃 팀도 '냉혹한 경쟁자'로 갈라놔

그러나 이같은 성과주의는 당초 의도와는 달리, 과도한 '실적 쌓기' 경쟁을 낳고 있다.

각종 검거 및 사건 처리 실적이 일일이 평가되는 방식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경찰서별 경쟁으로 이어진 것.

이는 또 같은 경찰서 내부의 팀별, 개인별 경쟁으로까지 번져가고 있다.

검거 실적을 올리기 위해 경찰관이 없는 사건을 있는 것처럼 꾸미는 일이 대표적이다.

일선 지구대 경찰관들이 스스로 112에 신고를 하고 직접 출동하는 '웃지 못할 일' 한다는 건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한 경찰관은 "업무 중에 공중전화로 신고가 떨어지는 건 100% 해당 경찰이 신고하는 거짓 신고"라며

"자기가 자기 순찰차를 부르는 한심한 짓거리"라고 자조했다.

다른 형사는

"신고 자체가 별로 없는 경찰서에서 개인별 점수 때문에 자기 휴대폰으로 신고한 경우도 있다"

"휴대폰 번호 추적 등으로 한 번 걸리고 나면 업소에 들어가서 신고하는 일도 있다"고 전했다.

◈성과점수 높이려 '가혹행위' 등 무리한 수사 동반하기도

'성과주의'는 또 허위 실적 문제는 물론, 피의자들에 대한 무리한 조사를 불러오기도 한다.

성과점수가 더 높은 범죄 혐의를 적용하기 위한 것임은 물론이다.

한 강력팀 형사는

"현수(가명, 절도전과자) 데려와 몇 대 때리면 바로 구속이야, 그런다고 걔가 도둑질 안 하겠느냐"

"그래도 우리가 여기저기 다니며 CCTV 확인하고 하는 건 무리수를 두지 않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성과 점수'에 집착한 수사가 일반 시민에게 끼치는 피해도 적지 않다.

한 경찰관은 "개인 점수와 고과를 매기기 때문에 이제는 '합의'니 '훈방'이니 이런 게 없어졌다"

"온정이란 게 사라지고 지금은 무조건 처벌"이라고 잘라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성과주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긴 마찬가지다.

일선 한 형사는 "실적 좋은 경찰서별로 진급을 시켜준다 하니 간부들도 알아서 발발 긴다"

"위에서 아무리 '성과로 쪼지 말라'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일각에선 진급을 둘러싼 '뒷말'과 내부 불만을 불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과주의 취지 자체를 긍정 평가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잇따르고 고문 파문까지 불거진 이상, 이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는 게 중론이다.

경찰청 김중확 수사국장도 최근 양천서 고문 의혹과 관련,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과주의가 직원들에게 너무 압박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자백에 의해 처리된 검거 실적 점수를 낮추는 등

성과주의 보완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어떤 결과물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