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천안함 논의와 美의 '중국 눈치보기'

안보리 천안함 논의와 美의 '중국 눈치보기'

美, 中반발에 한미 연합훈련 '고민'...안보리 논의 전망 안갯속

2010-06-20 13:38 워싱턴=CBS 박종률 특파원

 

올해 4월 워싱턴D.C.에서 열린 제1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카메라 앵글에 포착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사진에 많은 미국민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바마는 마치 '상관'을 대하듯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후 주석은 뻣뻣한 자세로 손을 내밀어 악수하는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8천억달러의 미국 국채를 보유한 '최대 채권국'으로서 미국의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준 사진이라는 언론들의 비판적 촌평도 이어졌다.

더욱이 당시 美재무부는 위안화 절상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려 했지만

이같은 방침도 후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흐지부지됐다.

'G2(주요 2개국)'의 반열에 오른 중국에 대한 미국 정부의 '눈치보기'였다.

중국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미국의 행태는 당장 천안함 침몰사건에서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공격에 대응하는 '무력시위' 차원에서 실시될 예정이었던

한미 연합훈련을 안보리 논의 이후로 연기한 데 이어 9만7천톤급 항공모함

조지 워싱턴호의 훈련 파견 여부를 놓고서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9일 항공모함을 서해상에 파견할 경우 중국을 불필요하게 자극하고,

또 북한의 난폭한 반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오바마 행정부가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 관영 언론은 미국 군사력의 상징인 항공모함이 서해에서 군사훈련에 참가하는 것은

중국에 대한 도발행위라고 경고한 바 있다.

물론 미국의 단기 목표는 안보리 천안함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데 있지만

그동안의 수차례 설득과 압박에도 꿈쩍않는 중국이다.

여기에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까지도 18일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정부의 천안함 발표내용에 부정적 견해를 표명하면서

"(천안함 사건에도 불구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지속하고 있는 중국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래저래 중국의 '고(高)자세' 속에 안보리 차원의 천안함 논의는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며,

국제사회의 일치된 대북 메시지가 도출될 수 있을 지도 의문이다.

또 러시아가 앞으로 2∼3주 안에 천안함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그 내용도 안보리 논의에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과 미국은 이번 주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까지 활용해

중국과 러시아를 총력 설득한다는 방침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안보리의 제4차 對이란 제재결의가 도출되기까지 미국을 애타게 만들었던

중국과 러시아가 천안함 사건에서도 어깃장을 놓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중국과 미국은 올해 들어 환율문제와 통상마찰, 구글 검열 파문, 오바마와 달라이 라마 면담,

미국의 대만 무기 판매, 유엔 기후변화협정 등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대립을 거듭했다.

양측의 팽팽한 힘겨루기 속에 오바마는 한차례 연기 끝에 달라이 라마와의 백악관 면담을 강행했고,

중국은 미국의 대만 무기판매에 반발하며 로버트 게이츠 美국방장관의 방문 요청을 거부하는 것으로 맞섰다.

다만 양측은 대화의 문은 열어둔 채 극단은 피하자는 차원에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어정쩡한 무승부를 연출하고 있다.

결국 안보리 차원의 천안함 논의도 한국과의 공조를 앞세운 미국,

북한에 온정적인 중국의 대립구도 속에 유야무야되는 것은 아닌지...

장병 46명이 희생된 천안함의 진실이 강대국의 눈치보기와

이기주의의 비겁한 바다속으로 수장될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