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짓고 자신이 받는다
우습다, 이 몸이여, 아홉 구멍에서는
항상 더러운 것이 흘러 나오고,
백천가지 부스럼 덩어리를
한 조각 엷은 가죽으로 싸 놓았구나.
가죽주머니에는 똥이 가득 담기고
피고름 뭉치이므로 냄새나고 더러워
조금도 탐하거나 아까워 할 것이 없다.
더구나 백년을 잘 길러 준대도 숨
한 번에 은혜를 등지고 마는 것을.
모든 업이 이 몸 때문에 생긴 것이다.
이 몸은 애욕의 근본이므로 그것이
허망한 줄 알게 되면 애욕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이를 탐착하는 데서 한량 없는
허물과 근심 걱정이 일어나기 때문에 여기
특별히 밝혀 수행인의 눈을 띄워 주려는 것이다.
네 가지요소(四大)로 이루어진
이 몸에는 주인 될 것이 없으므로 네 가지
원수가 모였다고 하고,
네 가지 은혜를 등지는 것들이므로 네 마리 독사를
기른다고도 한다.
내가 허망함을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남의 일로 화도 내고 깔보기도 하며,
다른 사람도 또한 허망함을 깨닫지 못해
나로 인해 성내고 깔보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두 귀신이 한 송장을 가지고
싸우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西山 禪家龜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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