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 (15)]/˚♡。─-아침편지

김씨의 봄날 / 오인태

또바기1957 2009. 4. 3. 13:4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원본크기로 보실수 있습니다.


 

김씨의 봄날 / 오인태

 

 

봄날이 간다

지난 여름에도 가고, 가을 한 때에도 갔던 김씨의 봄날이

이 겨울날, 철없이 불려와 또 이렇게 가고 있는 중이다.

 

벌써 대여섯 해 되었다던가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자던 알뜰한 그 맹세,

십 년도 채 못 지키고 그의 연분홍치마는

눈망울 새까만 자식 둘마저 내던지고

어느 산제비같은 놈을 따라 역마차를 탔다는데,

옷고름 대신 허구헌날 때 절은 물방울무늬

넥타이를 씹어가며 봄날을 불러 보내는

김씨의 생은 오늘 아침에도 연성,

또는 중성세제, 그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일어서는 거품처럼 부글거렸으리라

남들은 뽕도 따고 님도 본다는데, 뽕도 잃고 님도 잃은 전직교사,

지금은 그의 연분홍치마를 대신하여 보험설계사가 된 김씨,

마른하늘 벼락처럼 뒤집어쓴 흙탕물 씻을 길은 아직 멀고,

이렇듯 나는 또 하릴없이 그의 삐걱거리는 노래에 맞춰

청노새 방울 대신 속없는 탬버린이나

짤랑대어주지만, 내내 울퉁불퉁 자갈길을 엎어질듯

달려가는 그의 생에 그만 실없어져 더 이상 이 얄궂은

운명의 박자를 맞춰줄 수가 없다

 

술이나 마시자

김씨, 그의 어깨가 아닌 봄날 꽃잎처럼 무너진다..

 
 
 
 
 
 봄날은간다 /한영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