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병실에 누워 할일없이 이리저리 구르며 접시에 탈지면을 깔고
물잔디씨를 뿌려 시간만 나면 나름대로의 작품(?)을 만들었었다.
이게 소문이 나자 옆방 또는 옆 병동이나 특히 간호사실에서까지
주문이 쇄도했었다.
(지금 생각이지만 참 아까운 시간이었다..떼 돈 벌었을지도 모리는디..)
헌데 물잔디는 다 자란 후 20 여일 정도 지나면 시들해져버리기 일수였다.
조금 오래간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간호사에게 처음 보리를 부탁 하였었는데
보리 대신 볍씨를 반 되 가까이 구해다 주었었다.
이걸 보관 하고 있다가 퇴원 후 책상 아래에 쳐 박아 두었었다.
(당시 생각은 "올깃쌀"이나 만들어 먹어야지 했었다.)
모처럼 동네 후배들과 강화로 낚시를 갔었는데 마침 모판을 손질 하는 시기였다.
뼘치급의 붕어 십여수를 근처 농민께 선물 하고 모판 한장과 상토를 한봉지 얻어왔었다.
그리고 얼마후 날 따순날 모판에 밑흙을 까는 작업을 하고
파종기가 없는 관계로 걍 손으로 대~~충 뿌린 후 삼각자를 이용하여
골고루 수평을 마춘 후 그 위에 상토를 뿌려 가볍게 덮고
그 위에 하얀 부직포 대신 맞은편 빌라 옥상에 누군가 널어놓은 "융" 을 가위로 썰어
쌔벼다가 덮고 물을 흠뻑 젖도록 뿌린 후 작업을 마쳤다.
가로 50 cm 에 세로 30cm 의 "논" 을 만든것이다.
이날 정말 "감개무량" 하였다.
쉰살이 넘은 후 드디어 내 손으로 논을 장만하였기 때문이다.
이제 이걸 밑천 삼아 만석군이 될날도 머지않을듯 싶었다.
(해휴~! 오바도 앵간히 해야지~ 만석군은 무슨..)
이후 시간만 나면 물을 주고 정성들여 가꾼 덕분에 파릇한 싹이 돋았고
급기야 풍성하게 벼 무더기가 되었다.
이제 이걸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할텐데 마땅히 옮길만한 장소도 없으려니와
빈 화분도 하나 눈에 뜨이지 않아 할수없이 줄을 맞추어 솎아내었다.
아침 저녁으로 커가는 모습을 보며 ....
"얌마~! 너 일루 와바바바~ 너 이게 뭔지 아냐?"
"난초에요?"
"난초 같은 소리 하구 자빠라졌눼~ 너 밥 뭐가지고 해묵냐?"
"밥이요? 쌀루요.."
"이게 바로 쌀을 만들어내는 벼 라는거다.."
"우와~! 이게 벼에요? 햐아~!"
지나다니는 동네 꼬맹이들을 붙잡고 (눈치가 알고 싶지도 않은 듯 하덩만)
벼 가 무엇인지 학습을 시켰었다.(반 강제로..ㅋ)
헌데 꼬맹이들 중 태권도복을 입고 다니던 녀석이 한놈있었는데..
"아저씨 저 이거 조금만 주시면 안되나요..집에서 한번 길러보게요.."
"야 이누마~! 농사가 그케 쉬운건줄 알아? 백가지 손이 가는게 농사여~"
"깨액! 배.배배백가.지.요?"
"그럼! 그러니 밥 먹을 때 마다 농민 여러분들께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먹어야 혀~ 알긋냐?"
그리고
벼 꽃이 피어 나기 시작했고 제법 알갱이 까지 송글송글 맺기 시작하여
조만간 고개를 아래로 떨굴듯 싶은데..
후배들과 강화로 낚시를 다녀온 날 바로 그날 언놈이 남 의 "수확물" 을
(그것도 통째로) 답싹 들어가 버린것이다.
아니 세상에나 만상에나 이런일도 다 있나..
몇몇 뿌리 뽑아만 가더라도 뒤집혀질 판인데..
아예 논 을 홀라당 들고 튀어버렸으니..
내 일찌기 벼 를 건조 시키기 위해 도로에 널어논걸 쓸어담아 갔다는 말은 들었다만..
아니 논 까지 들어가 버리다니 이런일이 다 있더란 말인가..
과연 어느놈일까..바로 고놈이 틀림없는데..
심증은 120% 가는데 도무지 물증이 없으니..
그렇다고 동네 꼬맹이들 죄~ 집합 시켰다가
요즘 누구누구네들(?) 처럼 헛짚었을 경우라면
이거 쪽 팔려서 우짤거시여~
그럴수도 있지 뭐~~ 함시롱 구렁이 담넘듯 어영부영 넘어간다 하더라도
(눈에 뜨일때 마다 "꽁시랑"거릴텐데..)
"저 아저씨 이짜나~ 쌀나무 지가 간수 못하고 동네방네 돌아댕김시롱
도둑 잡는다고 설쳐대따~"
"그래서 도둑은 자바때?"
"아니 청소부 아저씨들이 쓰레긴줄 알고 실어다 버렸대~"
"그래때? 등신이구만~"
그렇다고 대자보를 붙일수야 없지 않겠는가..
"몇월 몇일 추수를 앞둔 내 논 통째로 분실을 했슴다.
그거 없으면 전 굶어 디짐미다..꼭 좀 찾아주세요~"
(굶어 디져도 싸다..등신!) ←뻔 할 뻔짜자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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