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아내가 협심증이 심해서 혈관수술을 하게 되었다. 아내는 좀 불안해하는 표정이었다.
안심되지 않느냐고 했더니 그렇기는 하다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공지래야 4층 꼭대기 시멘트 바닥이다. 봄부터 화분이랑 채분(菜盆)을 사오겠다고 하면서 미루어 오다가 갑자기 수술 전에 마련하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수술 후에 하라고 해도 굳이 수술 전에 하겠다고 한다. 혹시 어떤 예감이 들어 그리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어 강력히 말릴 수도 없었다.
꽃과 상추, 고추, 가지, 토마토의 어린 싹을 분에 심은 것을 사왔다. 아직 두돌도 안된 손녀에게 물들여줄 봉선화도 있었다.
이래서 아내는 수술 전에 4층 옥상에 채전(菜田)이 아닌 채분(菜盆)을 늘어놓은 것이다.
6개월 후에 한 번 더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한다. 아내가 퇴원 후 집에 돌아와서는 꽃과 채소들이 싱싱함을 보고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장미는 물론 토마토, 가지, 고추 등이 잘 자랐다. 나비와 벌이 날아들지 않는다면 수분이 안 되어 결실을 걱정했는데 노랑나비 흰나비와 벌들이 날아왔는지 자연의 신비에 감탄할 뿐이다.
참새가 날아들어 채분을 오르내리며 무엇인가 쪼아 먹고 사철나무 가지에도 오르락내리락 한다. 까치도 날아들어 한 몫을 한다. 그 화분과 채분 때문이라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우리 집 화분과 채분이 자연계의 일부로 등록한 셈이다. 아울러 곤충이나 새들이 자연의 포플러나무에 얼마나 굶주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서재에서 원고를 쓰고 있는데 매미소리가 들려 왔다. 도로변에 은행나무가 있는데 거기서 나는 소리로구나 하고 생각되었다. 그런데 매미 소리가 가까이서 나는 것이 아닌가.
오늘은 매미소리를 내보내는 것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매미 소리는 아래서 올라오는 소리가 아니고 바로 옆에서 울었다.
울타리로 심은 사철나무에 붙어 우는 것이 아닌가. 쓰르람, 쓰르람 목청을 돋우어 운다. 매미가 4층 꼭대기에 와서 운다는 것은 기적 같은 일이며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왜 매미는 시멘트 숲속 좁은 녹지 공간에 와서 우는가. 여염집 여자들이 매미를 구워먹는 습성이 있었는데 매미를 먹으면 목소리가 아름답고 청아하기 때문이라 한다.
노래 좀 잘 하라고 일부러 매미가 와서 울어주는 것은 아닐 것이다. 매미는 햇볕을 피하여 허물을 벗음으로써 새로 태어나기 때문에 재생과 부활과 탈속의 상징으로 찬미되었다.
따라서 신선이 변신하거나 고승이 해탈할 때 선세라고 하는데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이다.
껍질을 벗고 비로소 매미가 되는 것이다. 아직도가 세속에 젖어 있으니 해탈하라고 해탈해탈 하고 우는 것은 아닌지.
삼복이 지난 지금은 모든 곡식이 익어서 고개를 숙이고 고개를 기울이고 있는 계절이라서 기울기울 울기 때문에 기울매미라고 한다는 것이다.
목을 아래로 기울이란 말인가.
문(文)의 덕이 있고 매미는 오로지 맑은 이슬만 먹고살므로 그 맑고 깨끗한 청(淸)의 덕이 있고,
매미는 사람이 먹는 곡식을 먹지 않으니 그 염(廉)의 덕이 있고 다른 벌레들처럼 굳이 집은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서 사니 그 검(儉)의 덕이 있고 철에 맞추어 허물을 벗고 틀림없이 울며 절도를 지키니 신(信)의 덕이 있어 다섯 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했다.
문(文)의 관은 끈이 늘어진데 비해 나는 이마에 주름살로 가로금이 있으니 더구나 문(文)의 덕이 없다.
청(淸)의 덕이 없고 매미는 곡식을 먹지 않는데 비해 나는 곡식 뿐더러 물고기를 먹으니 그 염(廉)의 덕이 없다.
검(儉)의 덕도 없고 매미는 철에 맞추어 허물을 벗는데 나는 철에 맞추어 허물을 벗지 못했으니 신(信)의 덕도 없다.
매미가 허물을 벗고 재생하듯 두 번째 수술에서도 모든 아픈 허물을 벗고 건강을 되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저자 : 서정범 옮김 : 또바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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