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현말씀 (15)] /˚♡법구경(法句經)

[스크랩] 스치는 것에서 소중함을 일깨운다

또바기1957 2008. 5. 25. 07:05

▒삶의 에세이 ▒



    스치는 것에서 소중함을 일깨운다


    며칠 전부터 물이 샙니다. 욕실 수도꼭지 조임새 부분에서 수돗물이 '똑..똑..' 떨어집니다. 요즘 뭐가 그리 바쁜지, 연장찾아 나사를 조이면 될텐데 새벽 출근하고 밤늦게 퇴근하다 보니.. 늘 생각은 하면서도 몸이 천 근이라 돈이 새고 있는줄 뻔히 알면서..벌써 2주일째 방치되어 있네요. 그 물방울이 아까워 작은 양동이 하나 놓았습니다. 새벽에 나가보면 20리터 양동이에 넘치지 않을 만큼 꽤 많은 물이 고여있습니다 세상에! 한 방울..한 방울...작은 물방울이 모여서 한 사람 너끈히 머리감고 세수하고 발까지 닦을 수 있는 수량(水量)이 되다니. 한 방울의 작은 물이 내(川)를 이루고 江을 이루고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海)를 이룹니다. 먼 옛날에 용수라는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가 꼭 읽고픈 책 한 질(帙) 60권 있었습니다. 그 책은 하늘사람..땅사람..바다사람 누구나가 갖고 싶어하는 아주 귀중한 책이었지요. 그 책을... 깊은 바닷 속 용왕(龍王)이 소지하고 있었답니다. 용왕도 그 책을 너무 좋아해 금고에 넣어두고 조석으로 꺼내 읽으면서 마음의 양식을 삼았지요. 하루는.. 용수 라는 땅 사람이 찾아와서 그 책을 빌려달라 합니다. 용왕은 거절했지요. 용수는 계속해서 청했습니다. 귀찮아진 용왕은 용수를 쫓아버릴 궁리를 합니다. 서로의 신경전이 날카롭던 무렵... 용수가 용왕 앞에 나아가 이렇게 말을 합니다. "그 책을 빌려달라는 것은, 나 혼자의 욕심이 아니라, 그 책을 읽고 쉽게 편찬하여 사람들의 양식을 삼고자 함인데, 왕께서 거절하시니 내가 이제부터 바닷물을 퍼 올려 바다를 고갈시키겠습니다." 용왕은 껄껄 웃으면서.. "이 바다는 넓고 깊이가 한량이 없다. 매일 바다에 유입되는 물이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네가 양동이로 물을 퍼 보았자 너만 수고로울 뿐... 부질없는 짓이니라." 다시 용수가 말을 합니다. "그렇습니까? 바다가 아무리 넓고 깊다 한들...물의 유입이 많다 한들.. 언젠가는 물의 유입도 줄을 것이요, 내가 밤낮 쉬지 않고 물을 퍼 내다가 지치고 쓰려져 죽으면 내 자식들이..또 그 자식의 후손들이 쉼없이 바닷물을 퍼 올리면 언젠가는 바닷 속이 드러나리다. 그렇게 되면 당신도 끝장이고 용궁도 없어지게 됩니다. 나는 반드시 그 원(願)을 이루리다." 비로소 용왕의 안색이 하얗게 질립니다. "내가 너에게 졌다. 이 책을 너에게 주노니 아주 유익하게 쓰거라." 용궁의 금고 문이 열리고 용수는 한 수레나 되는 책을 용왕으로부터 물려받아 이 세상으로 나옵니다. 용수는 밤낮으로 그 책을 읽어 뜻을 요달하더니 드디어 『화엄경약찬게』 라는 압축 요약집을 편찬합니다. 대방광불화엄경 용수보살약찬게 나무화장세계해 비로자나진법신... 아무리 많은 물도 한 방울의 물에서 비롯됨이요, 한 방울의 물 속에도 우주 삼라만상의 모든 것이 응축되어 있나니 커서 큰 것이 아니요, 작아서 작은 것 아니니라 세상 만사 제 현상이 삶의 진면목이요 지혜의 표본일세. 오늘은 한 방울의 물이 나의 스승입니다.
    ♬Le premier pas(첫 발자욱)/Claude Ciari

출처 : 미황
글쓴이 : 김민환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