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거 (19)]/˚♡카툰·만평·유머

미친사랑

또바기1957 2008. 5. 10. 04:08

미친 사랑.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지금 그녀를 생각하며 웃고있습니다.

떠올리기만 하여도 행복하니까요,

그녀를 만나러 나가기 1시간 전,

 

배가 고파서 커다란 양푼에 밥을 비벼 먹고 있습니다.

늘 저더러 살좀 찌라고 구박하던 여인..

하지만 저는 제 모습에 만족합니다.

 

저는 요리를 잘합니다.

매일 직접 요리를 해서 먹고 있죠.

언젠가는 그녀에게 제 요리를 대접할 날이 올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요리의 모양을 보고는 더럽다며 욕을 퍼부울 것입니다.

흥, 이게 얼마나 맛있는데,

아, 이제 슬슬 배가 부릅니다.

그만 남기고 그녀를 만나러 가야겠습니다.

 

일단, 음식 냄새가 몸에 베었으니 씻어야 겠어요.

샤워를 끝마치고 옷을 골라 입으며 멜로디를 흥얼거렸습니다.

그녀를 만나러 가기 10분전,

가슴이 설렙니다. 심장이 쿵쾅쿵쾅

 

멋있게 보이고 싶어서 잔뜩 차려입고 꾸몄습니다.

오늘은 그녀와 제가 만난지 408 일 되는 날입니다.

저는 늘 참을성이 없어서 200일을 넘기지 못하고 헤어져버리곤 했었습니다.

그녀만은 놓치고 싶지가 않네요.

 

약속한 시간이 20분이나 지났는데 만나기로 한 장소에 그녀가 나오지를 않습니다.

에휴ㅡ 아무리 사랑을 다 주고 정성을 쏟으면 뭐합니까?

항상 이런식으로 끝나버리는데.

 

1시간을 더 기다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난 저는 전화를 걸었습니다.

 

따르릉.....

따르릉.....

신호음이 한참 가는데도 받지를 않네요.

 

하는 수없이 음성녹음을 했습니다.

 

"우리 그만 헤어져."

 

 

 

같은 시각. 그녀의 전화 벨소리가 방안 가득 울려퍼진다.

덩그러니 놓인 핸드폰 옆엔 아까 그 남자가 먹다남긴 양푼 그릇이 있다.

그 양푼 속엔 반쯤 파먹다 남은 여자의 머리가 있었다.